리튬이온 전지의 권위자 옛밍 치앙 MIT 재료과학 교수는 24M이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이곳에선 신소재를 액체 전해질에 섞어넣은 고효율의 전극을 개발한다. 새로운 방식을 사용해 24M은 같은 크기의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15~25% 많은 용량을 가진 제품을 개발했다. 현재 리튬이온 전지의 시장 가격은 kW당 200달러~250달러 수준이다. 제조법을 단순화한 덕에 24M은 100달러에 제품을 공급한다.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차에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가격이다. 치앙 교수는 2017년 완공을 목표로 MIT 인근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학계는 바닷물에서 거의 무한정 얻을 수 있는 나트륨(Na) 원소를 이용한 나트륨이온 배터리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선 정윤석 울산과학기술대(UNIST) 교수의 연구가 주목받았다. 정 교수 연구팀은 고성능 나트륨이온 전지 소재를 개발해 권위 있는 응용화학 학술지인 ‘앙게반테케미’에 실리기도 했다. 궁극의 배터리로 꼽히는 수소연료 전지 연구도 한창이다. 수소연료 전지는 수소와 산소 사이에서 전기를 만드는 반응을 이용한다. 수소연료 전지는 자동차산업에서주목하는 기술이다. 주요 자동차 메이커에선 수소차 개발이 한창이다. 포드는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와 수소연료전지차 파워트레인 개발을 진행 중이다. BMW는 자동차 부품 업체 다나(Dana)와 손잡고 수소연료 전지 개발에 나섰다. 닛산자동차는 지난 8월에 수소차의 프로토타입 ‘e-Bio FCV’를 발표했다. 닛산은 2020년을 목표로 수소전지차 신모델 출시에 나섰다. 현대차도 수소전지 차량 개발을 마친 상태다.독일·네덜란드 등은 내연기관 차량 인허가를 줄여갈 방침이고, 캘리포니아 등 미국 내 10개 주는 2025년까지 신차 판매의 16%를 무공해 자동차(ZEV)로 규정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EEWS 대학원의 강정구·김용훈 교수 공동연구팀은 지난 6월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리튬이온 전지 음극 소재를 개발했다. 1분이면 130mAh/g의 용량을 완전히 충전한다. 15분이면 지금 사용 중인 대부분의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다. 내구성도 뛰어나다. 충·방전 1만 번을 진행해도 용량 손실이 없다. 스마트폰을 하루에 두 번 충전해도 10년 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강정구 교수는 “재료의 물성을 극대화한 설계 덕에 기존 2차전지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성능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터리는 정보기술(IT)산업의 핵심 수단으로 몸값이 오르고 있다. 에너지 신산업 주도권의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리튬을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는 배경이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의 핵심은 저장 용량과 수명, 소형화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아직 리튬이온 전지를 대신할 차세대 표준은 눈에 띄지 않지만 주요 배터기 업체들은 리튬 폴리머 · 리튬 황 · 리튬 에어 · 나트륨 이온 등을 두루 연구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학계에서 포스트 리튬이온 전지로 지목하고 있는 리튬에어·리튬황 전지 등 모든 형태의 혁신 전지를 연구 중”이라며 “보급형 전기차가 한 번 충전하면 갈 수 있는 거리도 기존 150~200㎞에서 이르면 2019년부터 600㎞ 이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리튬이온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리튬황·리튬에어 전지 연구개발(R&D)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